소설 『Sector31』

제7화접수

연습 마지막 날 밤이다. 내일은 출발이다.

잠이 안 온다.

캡슐에 들어가면 알아서 재워 주니까 잠이 안 올 이유가 없는데, 나는 캡슐에 안 들어갔다. 그냥 안 들어갔다. 이유를 물으면 없다.

아니, 있다. 들어가면 자게 되고, 자고 나면 출발이다. 그래서 안 들어갔다.

없어 보이니까 이건 아무한테도 말 안 할 거다.

오늘 깜빡인 횟수. 열넷.

열넷은 처음이다. 아마. 기억이 아니라 추측일 수도 있지만, 열넷이 좀 많다는 건 확실하다.

망치는 좋다.

이건 진짜다. 나 망치 잘 쓴다. 금 끝을 톡 치면 금을 따라 갈라진다. 어디가 갈라질지는 내가 정한다. 그럼 들어오는 것도 작다. 빈 그릇 하나. 나가는 것도 작다.

포격이랑 똑같다. 작게 치면 조금만 사라진다.

근데 오늘 세어 봤다. 돌 열두 개. 깰 때마다 머릿속이 잠깐씩 비었다. 꼭 열두 번이었다. 무엇을 잊었는지는 몰라도, 돌이 줄어드는 건 셀 수 있었다.

서른한 층이다. 층마다 돌이 있다고 했다.

곱하기는 안 하기로 했다.

첫날 걔는 세 번밖에 안 했다. 세 번인가. 하여튼 그날 걔 줄에 돌이 하나도 안 남았다.

한 번에 다섯 개. 두 번째도 다섯 개. 세 번째는 못 봤다. 보기 싫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걔는 뭔가를 기억 못 했다. 내가 물어봤으니까 안다. 세 번째엔 내가 물어봤다는 것도 기억 못 했다.

그 뒤로 며칠을 더 같이 해도, 걔가 폭탄에서 손을 뗄 때마다 얼굴부터 보게 됐다.

그게 좀 무서웠다. 부러운 게 아니라.

벽 앞에서 재수 없다고 한 건 취소. 아니, 취소는 안 한다. 재수 없는 건 재수 없는 거니까. 근데 무서운 건 무서운 거다.

그래서 벽에 왔다.

매일 오니까 오늘도 온 거다. 출발이라서 온 게 아니다.

T17. 있었다. 오케이.

빈자리. 있었다. 오케이. 아니, 이건 오케이가 아닌데 그냥 그렇게 말하게 된다.

T956.

그리고 그 옆에 T956이 서 있었다. 폭탄을 든 채로.

"뭐야. 너도 이거 해?"

"뭘요."

"이름 확인."

"……처음이에요."

"그럼 돌아오면 매일 와서 확인해. 이거 중요해."

"왜요."

"있으면 살아 있는 거야."

"없으면요."

나는 빈자리를 봤다. 걔도 봤다.

"여기 뭐가 있었는지 알아요?"

"몰라. T71이었을 거야. 아마."

"T71."

"알아?"

"아래 방에서 봤어요. 기록. 마지막 기록이 T71이래요."

"……뭐라고 돼 있었는데."

"이름을 부르기까지 1층 남음."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1층 남음.

서른 층이나 내려갔다는 거다. 나랑 떠들던 걔가.

어디쯤에서 멈췄을까 생각한 적은 많았다. 그렇게 마지막 가까이까지 갔을 줄은 몰랐다.

"그거 D가 보여 줬어?"

"네."

"나한텐 안 보여 줬는데."

"저는 먼저 간 사람들이 어떻게 됐는지 물어봤어요."

"……난 못 물어봤어."

말하고 나니 기분이 이상했다. 평소에는 물어보지 않아도 될 것까지 묻는데.

"야."

"네."

"너 아래 가서 큰 거 터뜨리기 전에, 나한테 뭐 하나 맡겨."

"뭘요."

"네가 기억하고 싶은 거. 네가 잊으면 내가 말해 줄게. 이름은 벽에 있으니까, 그거 말고 다른 걸로."

걔는 한참 생각했다. 감응 시간만큼 길었다. 이 사람은 뭘 해도 느리다.

"무거웠다는 거."

"뭐가."

"폭탄이. 처음 들었을 때 무거웠다는 거. 그게 마음에 들었다는 거."

"……그게 다야?"

"네."

"알았어. 폭탄 무거움. 마음에 듦. 접수."

나는 한 번 더 중얼거렸다. 폭탄이 무거웠고, 그게 마음에 들었다. 내일도 말해 줄 수 있어야 했다.

"저도요."

"뭐."

"맡길래요? 저한테."

음.

그런 걸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잃어버린 건 많은데 잃어버리기 싫은 걸 고른 적은 없다. 고르면 잃어버릴 때 더 아플 것 같아서.

"37."

"37이요."

"내 시그니처. 내가 그거 까먹고 막 90 이런 거 쏘면 네가 말려. 야, 너 37이잖아, 하고."

"……네."

"그리고 하나 더."

"네."

"처음 벽에서 네 이름 보고 재수 없다고 했거든. 너 없는 데서. 그거 진심이었다는 것도 기억해."

걔가 나를 봤다. 웃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이 사람은 표정이 없어서 모른다.

웃은 걸로 하자. 그게 제일 간단하니까.

조명이 치직, 하고 깜빡였다.

열다섯.

그리고 깜빡이는 사이에, 내 눈 바로 앞에서 이름 하나가 없어졌다.

진짜로 없어졌다.

T17 두 칸 위. 뭔가 있었는데 지금은 금속이다. 긁힌 자국도 없다.

"봤어?"

"……네."

"뭐였어?"

"모르겠어요."

나도 모른다.

방금까지 있었는데 모른다. 여기 매일 왔는데 모른다.

매일 내 이름을 찾으면서 그 위도 봤을 텐데, 번호 하나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빈 금속을 한참 봤다. 이 이름의 주인도 여기 서서 자기 이름을 확인했을 것이다.

"이제 좀 쉬어요. 둘 다."

뒤에서 D의 목소리가 났다. 발소리는 없었다.

"자고 나면 출발 준비를 해야 해요."

"맨손은 누구예요."

내가 물었다. D는 방금 이름이 사라진 자리를 잠깐 보고 나서 대답했다.

"아침에 안내실에서 만날 거예요."

"내려갈 사람을 그때 처음 만나라고요?"

"준비가 끝나는 대로 데려올게요. 지금은 두 사람도 쉬어야 해요."

D는 우리가 캡슐이 있는 복도 쪽으로 돌아서는 것을 보고 반대편으로 갔다.

"자러 가자."

"네."

"안 자면 출발 못 한대."

"가고 싶어요?"

나는 생각했다. 걔처럼 오래는 아니고, 짧게.

"아니. 근데 여기서 계속 37만 쏴도 잊는 건 똑같잖아."

걔가 나를 봤다.

"내려가는 것도 싫은데, 계속 여기서 조금씩 까먹는 것도 싫어. 아직 내가 뭘 잘하는지 알 때 가 보는 거지."

걔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폭탄 든 손을 한 번 들어 보였다.

"무거워요."

"알아. 접수했어."

이 이야기 속 별을 게임에서도 내려갈 수 있습니다.
『Sector31』은 2026년 겨울 출시 예정인 퍼즐 전략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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