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연습층
D와의 통신을 마친 뒤, 연습실로 내려갔다. 어제 망치와 폭탄을 받았던 방보다 더 아래였다.
임무 안내실의 테이블 뒤쪽에는 연습층으로 통하는 문이 있었다. 문을 열자 어제 임무 구역 입구에서 내려온 것보다 좁고 가파른 계단이 나왔다.
내려갈수록 공기가 차가워졌다. 이 우주선에서 온도가 변하는 건 처음이었다.
바닥이 돌이었다.
금속이 아니었다. 발을 디뎌도 발판처럼 데워지지 않았다. 그냥 차가운 채로 있었다.
방은 길었다. 네모난 돌바닥이 칸을 이루며 맞은편 벽까지 이어졌다. 한 칸에는 두 발을 모으고 설 수 있었다.
바닥에 그어진 긴 선들이 방을 세 구역으로 나눴다. 왼쪽과 가운데에는 무릎 높이의 회색 돌이 한 줄씩 놓여 있었고, 폭이 넓은 오른쪽에는 여러 돌이 모여 있었다. 가까이 있는 돌에는 가느다란 금이 보였다.
줄 앞 바닥에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왼쪽부터.
손. 망치. 폭탄.
"연습층입니다. 실제 이름 조각은 새겨지지 않습니다."
천장에서 기계음이 내려왔다. 격납고와 같은 목소리였다.
T17은 먼저 와 있었다. 나를 보더니 망치를 어깨에 걸치고 왼쪽 줄로 갔다. 맨손의 줄이었다.
그 줄의 돌은 하나도 깨져 있지 않았다. 대신 첫 번째 돌의 윗면만 반들반들했다. 누군가 오래 손을 얹어 놓았던 것처럼.
"손으로 감응하는 사람은 누구야?"
T17이 물었다. 나는 모른다고 했다. D는 두 가지만 줬다.
"셋이라며. 맨손, 망치, 폭탄."
"네."
"근데 우리는 둘이잖아."
T17은 반들반들한 윗면을 한참 봤다. 그리고 손을 대지 않고 자기 줄로 갔다.
T17은 망치 줄의 첫 번째 돌 앞에 섰다. 망치를 들어 봤다가 내려놓고, 실금을 손가락으로 따라 그었다.
"이거 봐. 금이 다 다르게 가 있어. 얘는 위에서 아래로. 얘는 옆으로."
그러고는 망치 머리로 금의 한쪽 끝을 톡, 하고 쳤다.
큰 소리는 나지 않았다. 돌이 실금을 따라 두 쪽으로 갈라져서 양옆으로 넘어갔다.
T17이 잠깐 멈췄다. 눈을 깜빡였다.
"……왔다."
"뭐가요."
"뭔가 들어오는 느낌은 있어. 근데 소리도 뜻도 없어. 빈 그릇만 받은 것 같아."
T17은 망치를 내려다봤다.
"근데 기억 사라지는 건 진짜야. 쏠 때랑 똑같아. 빈 걸 깼는데 머릿속에서 뭔가 나갔어. 이거 사기 아니냐."
천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오른쪽의 폭탄 구역으로 갔다. 돌들이 모인 자리 앞에 동그란 표시가 있었다. 폭탄을 내려놓자 바닥의 원 안에 맞게 들어갔다.
원에서 앞으로 짧은 선이 뻗어 있었다. 두 칸 앞, 돌 하나가 놓인 자리에서 끝났다.
나는 원 뒤에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D가 힘을 모으라고 했던 말이 생각나서 폭탄 위에 손을 얹었다.
포신과 같은 온도였다. 사람 손.
그리고 기다렸다.
길었다. 격납고에서보다 길었다.
T17은 자기 줄에서 돌을 두 개 더 깨고, 그다음엔 이쪽으로 와서 옆에 앉았다.
"아직이야?"
"네."
"위에서 포 쏠 때랑 똑같네. 이것도 느리네."
T17은 할 말이 많은 사람이었다. 자기 도달률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실려 간 날 이야기로 넘어갔다.
"회복실 큐브는 어땠어? 좀 덜 짜지?"
"거기도 짜던데요."
"입맛 까다롭네."
나는 대답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손 아래에서 무언가 올라오고 있었다.
격납고에서와 같았다. 거대한 것의 한 조각.
다른 점은 이번에는 소리 대신 무게로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손바닥으로 누르고 있는데도 폭탄을 들어 올릴 때처럼 팔에 무게가 걸렸다.
바닥의 선 끝에 놓인 돌이 유난히 가깝게 느껴졌다. 그 돌에서 앞뒤와 양옆으로 하나씩, 붙어 있는 돌들까지. 손을 떼면 그 다섯 곳으로 힘이 나갈 것 같았다.
"와요."
내가 말하자 T17이 일어나서 뒤로 물러났다. 물러나는 속도가 빨랐다.
이름은 없었다. 대신 무게가 있었다.
나는 손을 뗐다.
소리는 없었다. 빛도 없었다.
두 칸 앞의 돌이 안쪽으로 주저앉았다. 바로 붙어 있던 앞뒤와 양옆의 돌도 거의 동시에 무너졌다.
가루가 가라앉자 십자 모양으로 다섯 칸이 비었다. 그 바깥의 돌은 그대로였다. 망치로 칠 때처럼 금을 따라 갈라진 것이 아니었다.
다섯 돌이 무너지는 순간, 머릿속으로 무언가가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T17이 말한 빈 그릇이 이런 느낌일까. 들어오는 것은 느껴지는데, 떠오르는 소리나 뜻은 없었다.
팔이 풀려 바닥에 손을 짚었다. 차가운 돌바닥에 이마가 닿을 뻔했다.
"야. 야."
T17이 다가왔다.
"괜찮아?"
"네."
"아까 나한테 뭐라고 했지?"
"……뭐를요."
"내가 회복실 큐브 얘기했을 때. 네가 뭐라고 대답했잖아."
나는 생각했다. T17이 회복실 큐브 이야기를 한 것은 기억났다. 내가 대답한 것도 기억났다. 대답했다는 것만 기억났다.
"모르겠어요."
"거봐."
T17은 화내지 않았다. 오히려 확인한 얼굴이었다.
"크게 쏘면 기억도 많이 사라져. 내가 그랬잖아. 아니, 너한텐 안 했나. 하여튼 그래."
폭탄은 바닥의 원 안에 그대로 있었다. 두 칸 앞의 돌은 무너졌는데, 힘을 내보낸 물건에는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들어 봤다.
여전히 무거웠다.
"연습층입니다. 실제 이름 조각은 새겨지지 않습니다."
천장이 같은 말을 반복했다.
T17이 천장을 올려다봤다.
"새겨지지는 않는데 기억은 사라진다는 말은 왜 안 해."
천장의 조명이 치직, 하고 깜빡였다.
"아홉."
T17이 작게 말했다.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묻지 않았다.
다음 수면 전까지 두 번 더 했다.
두 번째도 다섯 개였다. 세 번째는 남은 돌이 셋뿐이라 셋이었다.
그때마다 기억이 없어졌다. 무슨 기억이었는지는 모른다. 없어졌다는 것만 안다.
폭탄은 여전히 무거웠다.
올라가는 길에 맨손의 줄을 지났다.
반들반들한 돌에 손을 대 봤다.
미지근했다. 포신과 같은 온도였다.
이 방의 돌 중에 데워져 있는 것은 그 하나뿐이었다.
그 뒤로 며칠간 같은 계단을 내려갔다.
아침마다 가운데와 오른쪽 줄에는 새 돌이 놓여 있었다. T17은 금을 살핀 뒤 망치를 댔고, 나는 폭탄을 놓을 자리부터 확인했다. 처음에는 내가 힘을 모으기도 전에 T17이 멀찍이 물러났다. 며칠 뒤에는 내 옆에 앉아 있다가, 내가 온다고 말하면 뒤로 갔다.
한 번 끝내면 바로 다음 돌로 가지 않았다. 벽에 기대 쉬면서 서로 번호를 묻고, 방금 나눈 말이 남아 있는지 확인했다.
마지막 날에는 내가 폭탄을 내려놓자 T17이 앞의 두 칸을 짚었다.
"조금 왼쪽. 저 돌까지 맞아."
나는 폭탄을 옮겼다. 이번에는 남겨 둘 돌이 어디인지 보였다.
이 이야기 속 별을 게임에서도 내려갈 수 있습니다.
『Sector31』은 2026년 겨울 출시 예정인 퍼즐 전략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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