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보룬
처음 포격 연습을 하던 날이 떠올랐다.
D를 따라 연습장에 들어섰을 때, 안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엇을 위한 연습인지 묻고 싶었지만 D가 빈 발판을 가리켰다. 다른 사람들도 하나씩 발판에 올라서기에 나도 따라 했다.
시험은 30일마다 한 번이라고 했다. 전원이 예선을 치르고, 통과한 사람만 본선에 오른다고.
본선에서는 무엇을 하는지까지는 듣지 못했다.
연습장은 우주선 하부의 격납고를 개조한 공간이었다.
천장이 높아서 소리가 오래 남았다.
바닥에는 백여 개의 원형 발판이 일정한 간격으로 박혀 있었다. 순서가 된 사람들이 발판에 올라서면 천장에서 번호를 불렀다. 발판 앞에는 가늘고 긴 포신이 하나씩 정면을 향해 뻗어 있었다.
정면에는 검은 구체가 떠 있었다.
지름을 가늠할 수 없었다. 빛을 조금도 되돌려 보내지 않아서, 그것이 놓인 물체인지 뚫린 구멍인지조차 구분되지 않았다.
"표적입니다."
D가 내 발판 옆에 서서 말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조준경도, 방아쇠도 없었다.
"무엇으로 쏘죠?"
"포신에 손을 대면 머릿속에 단어 조각이 떠올라요. 그걸 소리 내는 거예요."
그녀가 대답한 순간, 왼쪽 세 번째 발판 위의 여자가 숨을 들이켰다.
발판 테두리와 포신에 얇은 빛이 돌았다. 여자는 눈을 감고 입을 열었다.
"미아."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말이 끝나자 포신을 따라 빛이 달렸고, 총구 앞에서 끊겼다. 곧이어 검은 구체의 한쪽이 밝아졌다.
빛은 표면을 따라 번지다가 멈췄다. 반대쪽은 여전히 검었다. 잠시 뒤 밝았던 부분도 가장자리부터 어두워졌다.
"도달률 64%."
천장에서 기계음이 내려왔다.
여자는 발판에서 내려오다 휘청했다. 난간을 붙잡고 잠깐 서 있었다. 누군가 괜찮으냐고 묻자 고개부터 끄덕였지만, 손은 난간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여자가 옆 사람에게 작게 물었다.
"제가 방금 뭐라고 했어요?"
"시작하세요."
D가 말했다.
발판이 미지근하게 데워졌다.
포신은 사람의 손처럼 따뜻했다. 손바닥을 댄 채 기다렸지만, 처음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옆 발판에서 한 사람이 쏘고 내려갔다. 그다음 번호가 불릴 때까지 나는 그대로 서 있었다.
그러다 머릿속에서 낮고 짧은 소리가 맴돌기 시작했다. 짙은 파란색을 소리로 들으면 이럴 것 같았다. 짧은데도 울림은 깊었다.
누가 들려준 것도 아닌데 어떻게 발음하는지 알았다. 뜻은 알 수 없었다.
나는 그 소리를 따라 입을 열었다.
"보룬(borun)."
순간 눈앞이 번쩍이며 멀리 떠 있던 검은 구체 전체가 하얗게 변했다.
하얗게 변한 표면은 화선지에 먹물이 번지듯 천천히 다시 검게 물들어 갔다.
"도달률 98%."
기계음이 내려오자 다른 발판에 서 있던 참가자들이 웅성거렸다.
그와 동시에 옆에 있던 D가 말했다.
"표적까지 힘이 거의 다 닿았어요. 다만 소리가 떠오르기까지 오래 걸리네요. 다음에는 그 시간을 조금 줄여 봅시다."
발판에서 내려와 다음 차례를 기다렸다. D가 방금 한 말을 되짚다가, 먼저 쐈던 여자의 목소리를 떠올려 봤다. 짧은 말이었다는 것만 알겠고, 무슨 소리였는지는 생각나지 않았다.
다시 번호가 불렸다.
포신을 잡고 서 있어도 소리는 빨리 오지 않았다. 겨우 떠오른 말을 내보내고 나니 다리에 힘이 풀렸다. 내려와 쉬는 동안에도 머리가 무겁고 손이 저렸다.
한 차례 더 쏜 뒤에는 포신에서 손을 떼기 어려웠다. 손가락을 하나씩 펴는데 무릎이 꺾였다.
위쪽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생체 반응 위험."
발판 테두리의 빛이 꺼졌다. 누군가 내 팔을 잡았다. 고개를 들려 했지만, 그 뒤는 기억나지 않았다.
Dcompany